지난 2월 18일 저녁 밀라노 두오모 성당 옆 갈레리아 안에 있는 SALA LOGGIONE TEATRO ALLA SCALA 음악홀에서 ‘외국인이 부르는 한국 가곡의 밤’(CONCERTO RE SEJONG : Aria da camera coreana ) 음악회가 밀라노 도니제티 아카데미아 주최와 한국 총영사관과 한인회 후원으로 공연되었다.
성악 출연진은 이탈리아, 불가리아, 러시아, 중국, 일본 등 다양한 국적을 가진 연주자들이 참여하고 ( 소프라노 : M° Tatiana Chivarova, M° Yuko Otani, 메조소프라노 : Umukusum Abakarova, Jin LiLi, Greta Randazzo, 테너 : Mashio Nao, Wu Fangze, 바리톤 : Fabrizio Brancaccio, Vadim Tarakanov, Hao Tian ) 중견 한국 성악가인 소프라노 정시영과 테너 김중일 바리톤 강주호도 찬조 출연하여 음악회의 열기를 더해 주었다. 피아노 반주에는 이름난 음악 코치인 M° Marzio Fullin과 M° Diego Crovetti 가 열정적으로 연주해 주었고, 바이올리니스트M° Alberto Intrieri 첼리스트 M° Guido Parma 플루티스트 M° Gabriele Gallotta 도 특별 출연 하여 한국 가곡의 아름다운 선율을 더 한층 매력있게 빚어주었다 .
뿐만 아니라, 매년 방한하여 콘서트를 가졌던도니젯티 아카데미아의 산토 오로 교수도 함께 하여 청중들의 열광적인 박수갈채를 받았다. 산토 오로 교수는 청중과의 교감이 뛰어난 재즈 연주가로, “아리랑” 변주와 “맛있는 불고기”를 피아노연주와 노래도 겸하여 감칠 맛나면서 음악적 재미를 돋우는 연주를 들려주었다.
이탈리아인으로는 최초로 한국 K- CLASSIC 레퍼토리로 구성된 음반이 이제 곧 출시될 예정이라고 하니, 한국 음악에 대한 그의 깊은 애정과 열정에 마음으로 큰 박수를 보낸다.
한국 가곡을 부를 때는 기본적인 음악적 기교도 중요하지만, 한국인이 느끼는 감성과 딕션(발음)이 아주 중요한데, 불가리아 소프라노M° Tatiana Chivarova는 김동진의 “못잊어”를 불렀는데, 받침이 있는 분절음이 많아 쉽지않은 한국 가사를 한국인이 부르듯 자연스럽게 소화하여 불렀을 뿐 아니라, 가사의 감성까지도 제대로 청중들에게 전달해 주는 대가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김성태의 “못잊어” 를 부른 일본인 소프라노M° Yuko Otani는 아버지가 일본인이고 어머니가 한국인인데, 가사에서 우러나오는 애수어린 서정성을 무르익게 잘 표현하였다.
또한, 최근 대북 정책에 있어 중국과 한국의 외교적인 긴장에도 불구하고, “그리운 금강산”을 한국적인 감성으로 뜨겁게 열창한 중국인 바리톤 Hao 는, 우리 모두의 숙원인 통일의 앞날을 긍정적으로 느끼게 해 주었다.
마지막으로 조두남 작곡의 “뱃노래”를 부른 테너 김중일은 이탈리아와 국제 무대에서 활발한 연주를 하고 있는 한국의 대표적인 중견 성악가로서 호탕하고 진취적이며 흥겨우면서 정감있는 이 노래의 진면목을 외국인 청중들에게 들려주며, 높은 음악적 기량과 카리스마로 객석을 사로잡았다.
이 날 음악회를 성공적으로 이끈 클라라 김 예술 감독은1979년에 이탈리아로 유학와서 재외 한국 음악인으로 활발한 음악활동을 펼쳐왔고, 1999년에 세종대왕 국제 가곡 콩쿠르 (외국인이 부르는 한국 가곡 콩쿠르) 를 창립하였으며 , 그동안 쌓아온 많은 음악적 공로에 힘입어 같은 해 국무총리상을 수상한 바도 있다. 이번 음악회를 시작으로 한국의 음식 노래, 한국 민요 등의 레퍼토리로 이탈리아와 한국에서 지속적인 음악회를 만들어 가려는 한국 음악의 세계화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김 예술 감독의 한국 가곡의 세계화 시도는, K- CLASSIC( 조직 위원장: 탁계석)의 일환으로 보여지는데, 이는 K- POP과 한류에 대한 유행이 세계화되면서 한국 클래식 음악계에서 생겨난 새로운 움직임이다. 즉, 서양 클래식 음악에 우리의 전통 예술을 녹여 재창조하는 음악을 일컫는 것으로, 쉽게 말하자면 한국 전통 음악을 서양 악기로 연주하는 음악, 국악과 서양음악의 경계를 허무는 현대음악으로 볼 수 있다.
이것은 클래식 음악의 높은 벽을 허물고, 연주가와 청중에게 환영받으면서도 글로벌 시장에 완성도 있는 상품을 내놓자는 취지로 한류 시장 개척과 한국 예술가들의 해외 진출 경쟁력을 만들기 위함이라고 한다. 대표적 작품은 임준희 작곡의 ‘송 오브 아리랑(Song of Arirang)’이다.
K- CLASSIC 조직 위원회는 2012년 10월에 시작되었지만, 벌써 많은 작곡가들의 작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K- OPERA 등의 협력 사업도 추진을 가속화 하고 있다.
K- CLASSIC 은 한국에서 생겨난 음악이지만, 진정한 K- CLASSIC의 가치는 세계 무대에서 평가받아야 하므로, 본격적인 세계 네트워크화 작업이 시급하다고 보여진다.
이제 한국에 서양 음악이 수용된지 130년이 넘어 백건우 정경화 정명훈 조수미 연광철 조성진 등 세계적인 음악가들이 배출된 이 시대에 서양 클래식 음악 연주만 고수하지 말고, 어떻게 하면 세계인들이 감상하고 공감할 수 있는 한국 음악을 생산하고 수출하는 시대가 올까 라는 게 이 시대 우리의 고민이 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드보르작의 ‘신세계 교향곡’이나 시벨리우스의 ‘핀란디아’ , 그리이그의 ‘솔베이지의 노래’ 같은 민족주의 음악양식이 세계 음악인들에게 널리 연주되는 것처럼, 우리 한국의 음악혼과 정서를 음악에 담아 세계 무대에서 연주하는 그 날이 바로 K- CLASSIC의 이상이 실현되는 날이 아닐까 한다.
K-POP은 상업적 대중음악의 속성대로 그 흐름을 타고 갈 수 있지만, K- CLASSIC은 우리의 전통 문화와 음악에 대한 재해석이 세계 속에 자리매김하도록 정부나 기업의 투자가 이뤄져야 된다고 보여진다.
2015년 밀라노 엑스포에서 한국 발효 음식에 대한 세계인들의 이목이 주목된 것은, 바로 정부와 기업들의 투자가 한국 음식의 세계화를 이룬 여실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엑스포에서 한국 음식의 성공적인 소개가 결국 한국 음식문화의 수출과 한국 식품의 해외 시장 개척으로 이어지는 것처럼 한국 클래식 음악문화의 세계화는 경제적 투자와 맞물려 있는데, 이것을 정부와 기업들이 공감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도니제티 아카데미아는 1999년, 2000년 그리고 2001년에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국 가곡을 부르는 세종대왕 콩쿠르를 주최한 이후, 15년 만에 다시 “외국인들이 부르는 한국 가곡의 밤” 을 무대에 올리면서 한국의 정서와 감성을 공유할 수 있는 우리 가곡을 이탈리아 무대에 선보인 것은 한국에 대한 크나큰 문화 홍보와 국가적 위상을 높이는 일이라 평가된다.
이 공연이 내년과 후년에도 계속 이어지기를 기원하며, 아울러 총영사관과 한인회의 많은 관심과 후원으로 대표적인 K-CLASSIC 작품 ‘송 오브 아리랑 (Song of Arirang)’ 이 총영사관 주최 ‘한국의 밤’ 행사에 대미를 장식할 수 있는 공연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