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임전, 동료들이 나가있는 그 많은 해외 주재국가 중에서 난 이태리를 무척이나 동경했다.미국도 아니고, 중국도 아니였다. 기회가 된다면 이탈리아에서 일해 보는게 큰바램 이었다.
이유는 단 하나, 이태리가 바로 내가 좋아해 마지않는 “아트락의 천국”이기 때문이다. 모르겠다, 풍미하던 시대가 꽤 지났으니 지금도 그렇게 불러도좋을지.하지만, 아직도 70년대 전성기때 밴드들이 활동하고 있지 않은가.
시간과 공간의 간극을 없애, 한국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이들의 공연을 보고, 운 좋으면 인사라도 하고 같이 사진을 찍을수 있다니 정말 가슴 벅찬일이다. 남들이 알아주지 않으면 어떠랴, 나만의 즐거움인데…난 아직도 사람들이 이탈리아 음식, 와인에 대해 왜그렇게 열광하는지 가슴으로는 잘 느끼지 못한다.아트락은 이탈리아를 사랑하는 나만의 방식이다.
나의 부모 세대들이 이태리 산레모 가요제로 대표되는 칸쬬네(Canzone)에 심취한 적이 있었다. 나의 학창시절, 불모지인 한국 음반시장에 전영혁/성시완씨 같은 선구자들이 아트락이라 불리는 이탈리아 락음악을 수입해 오기 시작하면서 마니아층이 생겼다. 지금 이런 음악이 유통되는건 아마도 한국과 거대한 음반시장 일본 뿐이리라.
그럼 뭐가 아트락인가?.정확히 정의된 용어인지는 모르겠다. 대중이 좋아하는 팝음악이 아니라 클래식 음악과 경계에 있는대중음악, 진보적인 예술적인 음악, ProgressiveRock과 같은 의미로 이해되지만 난 언제나 아트락이라 부른다.
연주가 차지하는 부분이 길고, 곡 자체도 길다. 들을수록 실증이 나는 대중음악과 달리 되씹을수록맛이 난다.우리 감성과 닮은 듯한 서정성이 있다. 웅장하다. 온몸의 말초 신경들이 살아난다.
느껴야 할 음악을 글로 쓰다니 어색하다.오늘 소개할 밴드의 대표적인곡. 한국의 노래방 책목록에도 나와있다. 여러 CF에도 배경음악(삼성갤럭시노트) 으로 이용되기도 했다.
햄릿의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To be or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에서 차용한 가사“To die, To sleep, Maybe To dream”이 어둡게읊조려지는 ‘아다지오(Adagio)’가 바로 그 곡이다.
이 곡은 클래시컬한 분위기의 사운드와 이탈리아특유의 음악적 특징이 조화를 이룬 명반 ConcertoGrosso ’에 수록되어 발매 되자마자 80만장이 팔리는 이변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럼, 이 노래의 주인공 밴드는 누구인가?.바로 아트락의 전설 ‘뉴트롤즈’.2014년에 서울을 방문하여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5년만에 한국을 다시 찾은 뉴트롤즈는 루이스 바칼로프가 작곡한 ‘Concerto Grosso’ 의 'No.3'을 처음으로 연주하는등, 데뷔 40년이 훌쩍 지났음에도여전히 뜨겁고 대단한 무대를 선사했다.
소개한 아다지오 한곡만 듣고 이들을 평가 해선 안된다, 나름 하드한 밴드이기 때문이다.
현지에서는 “Quella Carezza Della Sera” 라는 노래로 더 알려진듯 하다. 이 앨범은 세계적인 명반으로, 만약 죽을때까지 단 한 앨범만 계속 들어야하는 가혹한 형별을 받게 된다면, 선택할 후보중하나다. 욕심이 많아 뭘 선택할지 아직도 정하지못했다. 볼혹을 갓 넘어선 지천명의 나이에도 이태리 아트락 외에도 하드락/헤비메탈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이들이 있는 이탈리아 도착은 설렘 이였고, 즉시 이들의 공연소식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러나 여간어려운게 아니였다. Ticket one이나 happy ticket등각종 공연정보를 찾아봐도 나오지 않았다.
지금은 이들의 전성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출근하면 제일 먼저 공연 정보 확인한다.다행히, 하늘이 나를 도우사, 내가 이탈리아 아트락팬임을 안현지 직원이 지인들을 동원해 그들의 공연소식을 알려왔다. 요절한 이태리의 전설적인 자전거 영웅 Fausto Coppi의 혼 이 살아있는 알레산드리아 주노비리구레(Novi Regure)의 델레피아네광장(Pizza Dellepiane)에서 수질 / 환경관련 기념행사의 대미를 장식하는 야외공연이 있다는 소식이였다.
흥분되는 시간이였다.공연에 가기전 준비를 해야했다. 우선 시내에 나가뉴트롤즈의 모든 CD를 구입하고, 싸인받을 유성펜을 샀다.공연장 도착후, 리허설 중간에 밴드의 리더인 비토리오데 스칼지(Vittorio De Scalzi)와 2014년 5월17일 역사적인 만남을 가졌다. 즐겁게 얘기하고 사진같이 찍었다. 밀라노 한호텔에서 황혼의 소피아로렌과 찍은 사진보다, 사람들은 열광하지만, 더 소중히 여긴다.
어두움이 내린 광장에서 주위 이탈리아 사람들 눈치 안 보고 맘 놓고 흥겹게 몸을 흔들어 댈수 있는멋진 공연 이였다. (난 절대 Dance 음악 으로는 춤을 못 추는 사람이다) 나중에 알게 됐지만 그는 제노아 태생이며, 프로 축구팀 삼프도리아의 서포토즈, 이후 난 제노아 2개 축구팀중에서 자연스럽게“삼도리”팬이 되었고, 뉴트롤스를 회사 잡지에 소개하기로 결심한다.매월 돌아가면서 해외법인과 소재지역을 소개하는 사내 영문잡지 “콤패스” 에 이탈리아를 소개할기회가 생겼는데, 제노아가 낳은 세계적인 인물로,콜롬보스, 파가니니로 소개를 이어가다가, 대중 음악가 뉴트롤즈의 리더 비토리아데스칼츠를 소개했다.
서울의 편집자가 마음대로 삭제해서, 인테넷판에라도 다시 정정해 달라고 부탁했다. 나이 좀 지긋하신 이태리 고객사의 사장님들 만날때, 내가 이탈리아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이탈리아 음악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좋아하는 밴드들 PFM, Le Orme,Osanna, 뉴트롤즈등등 열거하면, 눈이 뚱그래진다 . 놀래서 더 영업 안해도 이미 상황종료다.
30~40년전 추억을 이방인이 와서 얘기하는데 왜아니겠는가. 사실 뉴트롤즈는 상대적으로 더 많이알려지기는 했지만, 좀 상업적이란 이유로 깍아내리는 사람들도 있다. 다만, 이 음반만큼은 절대 명반임에 틀림없다. 서울에서의 나의 꿈은 이태리에서 현실이 되었고, 사내잡지에 제노아를 대표하는세계적인 인물로 소개하면서 콜롬보스의 반열에올려 놓았다. 역시 나만의 방식이다.기회가 온다면 난 또 그들의 공연을 보려 갈것이다자기팬 이라고 소개한 한국인을 아직도 기억 할거라고, 다시 만나면 내가 그를 어떻게 소개했는지 꼭알려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