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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 권위의 현악기 제작 콩쿠르 한국인 정가왕 군 금상 수상


이탈리아 크레모나 시에서 3년을 주기로 열리는 세계 최고 권위의 현악기 제작 콩쿠르 Concorso Triennale 2018에서 한국의 현악기 제작자 정가왕 군이 영광스러운 1위(Gold medal for the best violoncello)에 올랐다. 이번 콩쿠르에서는 다섯 명의 다국적 현악기 제작 마에스트로, 다섯 명의 다국적 연주가로 구성된 심사위원이 전 세계의 현악기 장인 460명이 출품한 작품을 평가 300점 이상 획득한 작품이 2차 소리 심사로 넘어갔다.

2차에서는 연주가 심사위원이 악기 연주를 듣고 상위 21개 작품을 가린 뒤 파이널에 올라간다. 파이널에서는 마지막으로 블라인드 소리 테스트를 하는데 여기서 모든 10명의 심사위원이 악기의 소리를 듣고 추가 점수를 넣어 마지막 결승을 가리는데 정가왕 군의 작품이 이런 여러 심사를 거쳐 당당히 금메달을 받게 된 것이다.

정 군은 이번에 L'insostenibile leggerezza dell'essere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라는 이름으로 첼로 작품을 출품하였다. 이 대회는 최고의 제품이 아니면 우승자를 내지 않을 정도로 까다로운 평가를 하는 것으로도 유명한데 첼로 부분에서 금상이 나온 것은 2009년 이후 9년 만이다.

정 군은 첼로 부문 금상 외에 세계적인 현악기 박람회 '몬도 무지카'에 작품 전시 부스를 제공받는 'Cremona Mondomusica', 이탈리아에서 활동하는 외국인 제작가 중 가장 높은 점수 악기에 부여하는 'Fondazione Cologni dei Mertiere d'Arte, 30세 미만의 전체 4개 부문 참가자 중 가장 높은 점수를 획득한 악기에 주는 상인 'Simone Fernando Sacconi'까지 받아 전부 4관왕에 올랐다. 정 군의 첼로는 우승 작품은 크레모나 시에서 매입한다는 대회 규정에 따라 24,000유로에 판매 'Museo del Violino'에 영구히 보존, 전시된다.

한편 정 군은 마에스트로 공방에 취직해서 아침 8시부터 저녁 7시 반까지 일을 하느라 퇴근 후에야 혼자 작업실에 남아 하루 두 시간씩, 그리고 주말에 보충해서 만드느라 이번 악기 제작에 일 년 가까이 걸렸다고 한다. 한 가지 에피소드로는 29번째 생일날인 올해 1월 17일 작업 중 실수로 마에스트로의 첼로 악기를 떨어트려 부서진 사건이 있었는데 마에스트로가 마침 생일날이라고 특별히 화도 안 내고 천천히 수리하자고 했다고 한다. 특이 사항으로 같은 공방에서 일하는 마에스트로 Francesco Toto는 2006년 같은 첼로 부분 1등 수상자였다고 하니 그 스승에 그 제자라는 말이 생각난다.

정 군은 시상식 후 한인회보 기자와의 만남에서 "낯선 타지에서 이방인으로 생활하며 가장 힘든 것 중 하나는 외로움인 거 같아요. 친한 친구들, 그리고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면서 슬픈 일도 기쁜 일도 깊게 얘기할 사람도 없고. 그러한 저에게 학생 때부터 많은 도움을 주시고 지금까지 가족처럼 응원해주고 힘이 되어 준 밀라노 한인 성당 분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습니다."라는 소감을 전했다.

1976년 첫 대회가 열린 크레모나의 Concorso Triennale는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더블베이스 등 4개 부문에서 전 세계의 명장들이 명예를 걸고 작품을 내는데 제1회 대회 이후 42년만인 올해 제15회 대회에서 처음으로 한국인 우승자가 나온 것이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는 크레모나에서 활동 중인 또 다른 현악기 장인 박지환 씨가 첼로 부문 은메달과 바이올린 부문 동메달을 동시에 수상하는 흔치 않은 기록을 세웠다.

크레모나 시에는 약 60여 명의 한인이 거주하고 있으며 대부분이 악기 제작, 성악 등 음악 공부를 하고 있는데 특히 좁은 골목골목마다 스트라디바리우스와 과르니에리의 숨결이 느껴지는 도시답게 약 30여 명의 젊은 한인 유학생들이 크레모나의 Istituto d'Istruzione Superiore Antonio Stradiari (학교를 대표하는 전통의 현악기 제작 분야는 국제현악기제작학교 - La Scuola Internazionale di Liuteria Cremona라고 통칭함), Academia Cremonensis(www.academiacremonensis.it) 등에 재학 중이며 졸업생 중 10여 명은 현지에 정착하여 공방에서 현지 장인들과 함께 또는 독자적으로 악기 제작에 몰두하고 있다. 현악기 부분에서 세계 최고가의 악기를 제작하는 이탈리아는 크레모나 외에 파르마, 밀라노에도 악기 제작, 수리 학교가 있으며 많은 한인이 전 세계 장인들과 함께 천상의 소리를 찾아 땀을 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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